【칼럼】각종 선거 후보자들, 당선되면 언행 180° 달라져!
선거철이 다가오면 풍경은 어김없이 반복된다. 후보자(예비후보 포함)들은 놀라울 정도로 겸손해 지며 몸을 한껏 낮춘다. 평소 잘 찾지 않던 골목 구석까지 찾아가 악수를 청하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말과 공약만 놓고 보면 당장이라도 우리의 삶을 바꿔줄 해결사가 나타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당선의 문턱을 넘는 순간, 이들의 태도는 대부분 180° 달라진다. 거리에서 손을 내밀던 후보는 보이지 않고, “반드시 지키겠다”던 약속은 각종 사정과 명분 속에 미뤄지거나 흐려진다. 왜 이런 일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될까.
첫 번째 이유로 지적되는 것은 권력의 구조다. 선거 이전에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만큼 후보들은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단 당선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임기라는 시간의 방패가 생기면서, 당장 유권자에게 심판받지 않아도 되는 여지가 생긴다. 이 방패는 책임을 유예시키고, 때로는 시민과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벌리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요인은 조직의 논리다. 후보 시절에는 개인의 이름을 걸고 내세운 공약이 당선 이후에는 정당과 관료조직,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구조 속에서 재편된다. 예산과 법·제도, 정당의 전략, 각종 로비와 압박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시민과의 약속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설명 뒤에는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
물론 모든 당선자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초심을 지키며 지역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위해 묵묵히 일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변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실망이 누적되면서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키운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한 번의 배신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배신에 더 깊이 등을 돌린다. 신뢰는 쌓기 어렵고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에서, 이런 반복은 정치의 기반 자체를 흔든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결론은 다시 시민에게로 돌아온다. 선거 때의 화려한 말과 약속이 아니라, 당선 이후의 행동을 끝까지 지켜보고 평가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공약 이행 여부, 의정 활동 내용, 지역 현안에 대한 태도를 꾸준히 확인하고, 다음 선거에서 그 평가를 분명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시와 참여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될 때, 후보들의 ‘180° 변화’는 더 이상 쉽게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정치는 결국 시민을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가 외면하면 거울은 금세 흐려지고, 우리가 끈질기게 들여다보면 그만큼 또렷해진다. 투표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까지도 우리의 선택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말 바꾸는 정치’를 바꾸는 첫걸음이다.